등하불명1

등하불명/cjsdns

미열, 의식되지 않아도 될 기침 이게 뭐지 하는 약간의 콧물 그리고 어쩌다 찾아오는 재채기 그것도 비라고, 사람을 이렇게 만드냐며 엊그제 살짝 내린 비는 심술이 가득했나 보다 생각한다.

마스크를 쓰고 약국을 간다. 가는 곳마다 문을 닫았다. 시무실 옆 연세의원을 가도 문이 닫혀있다. 어라 이거 뭐지, 동네 한 바퀴 돌아봐도 약국, 의원 다 문을 닫았다. 되돌아오는 길 혹시나 해서 마트에 상비약이 있나 알아보려는데 길 건너에서 훤하니 굿모닝 한다. 굿모닝 약국이 문이 열린 듯하다.

기침에 미열이 있어 병원에 들려올까 하니 다 문 닫았네요. 하며, 아스피린이라도 주세요. 하려는데 성민 의원 문 열었어요 한다.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서니 대기실이 꽉 찬 엘리베이터처럼 내원한 사람으로 가득하다. 체념하며 기다리지 하며 내원객 명부에 이름과 생년월일을 기록한다.

순간 드는 생각, 많이 변했구나, 이 정도로 병원을 찾고 약국을 찾고 하니...

한참을 기다리는데 병원 문이 열리고 아기를 안고 젊은 부부가 접수를 한다. 아기부터 진료해주세요 하니, 고마워요 하며 그렇지 않아도 그러려 접수하는 거예요 한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우르르 내리고 나니 나만 남았구나 할 때처럼 대기실이 텅 비어 갈 때쯤 진료실로 들어오라는 말이 들려온다.

안녕하세요, 원장님 하며 의도 적은 로 큰 목소리로 조금은 정중한 자세로 인사를 한다. 절도범이라며 파출소에 나를 신고했던 장본인, 식재된 나무는 명인을 하였거나 임목 등기가 되어있지 않았으면 토지에 귀속된다는 내 말에 친구가 유능한 변호사니 법대로 하겠다던 그 양반, 엉거주춤 세월 보내길래 알아보셨나요 하며 물어봤던 지나간 그 어느 시간 내가 잘못 알았어요, 죄송합니다, 하던 그 사람이 내 앞에서 말한다.

주차장 설비 다 해 놓으셨는데 왜 영업 안 하세요, 하는 친절한 물음에 예 전기가 아직 안 들어와서요, 담하니 네에, 하며 문진을 시작한다.

기침은? 콧물은? 재채기는? 열은/ 목은? 하며 문 열고 들어설 때는 알았으나 의사 앞에서는 잃어버린 증상을 마치 내 안에 들어왔다 나간 사람처럼 조근 하게 이야기하듯 물어 온다.

주사 한 대 놓아 드릴까요? 약은 3일 치 처벌해 드릴게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사 놓아주시고요 약은 일주일치 처방해주세요.

그 말에, 빙그레 웃으며 약 많이 먹는다고 좋은 거 아니에요 하는 표정이 흡사 어디서 본듯하다. 아주 훌륭한 의사로 동화나 미담에 나오는 그런 모습이 싱긋 웃는 그에게서 보인다.

이 정도로 무슨 병원이야 하던 마음도 이제는 조금 이상하다 느끼면 병원을 찾게 되니 코로나 19 탓인지 나도 많이 변해있고, 도로개설 예정지에 있던 내 소유 토지에 있는 나무를 조경하는 후배에게 나무가 괜찮으니 분 떠서 가져가라, 돈이 될 거 같으니 잘 팔아봐 하며 그냥 준 내게, 자기가 심은 나무라며 기세 좋게 절도라고 항의하던 의사도 그간 변했는지 참 훌륭한 의사로 보인다.

물론 이런 감정이 그냥 생기기보단 복잡한 대기실에서 잠깐 나와 병원 앞에서 입간판을 보고 나서 생겼다. 등하불명이 따로 없구나 매일 지나다니면서도 몰랐다니...

저녁식사 후 약을 먹고 서너 시간은 곯아떨어졌나 보다. 정신 차리고 나니, 왠지 변심이란 주제로 글을 써보고 싶었다. 그런데 바뀌었다. 등하 불명으로...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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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uengel

    토닥~ 토닥~ 토닥~ 💙 쓰담~ 쓰담~ 쓰담~ 💙

    어여 쾌차 하시길~ 💙

    글 쓰시면서 그 분과의 무의식의 흐름 속에 처벌이 나오셨씨유~^^;;;

    ☞ 처방

    항상 행복한 💙 오늘 보내셔용~^^ 2020 스팀 ♨ 이제 좀 가쥐~! 힘차게~! 쭈욱~!